먼저 간 줄 알았는데 권혁은 계단 근처에서 기다리고 있다. 계속 선생님들이 안 오는지 보고 있는 중이다. 빨리 오라고 손짓도 한다. 무슨 첩보 작전하듯 닭강정을 숨기고 있지만, 금방 들켰다. 다행히 보건 선생님이다. 뇌물을 바라는 선생님과 함께 보건실 문을 걸어 잠그고 늦은 점심을 먹었다. “셋이 항상 붙어 다니네?” “1학년 때부터 그랬어요.” “그래? ...
2교시가 끝나고 나서야 일어날 수 있었다. 정신이 아찔하다. 눈을 뜨자마자 보인 건 권혁과 대웅이었다. 나 생각보다 키가 컸구나. 권혁과 벌써 머리 하나 차이가 난다. 현실에서는 그나마 커서 머리 반 정도 밖에 차이 안났던 거 같은데... 그에 비해 이솔찬은 170도 안 되고 아담하다. 피부도 하얗고 자주 아파서 다들 챙겨줬다. 김대웅도 마찬가지고 권혁은 ...
핸드폰을 돌려주고 옆자리에 앉았다. 역시 훌쩍이고 있다. 어떻게 달래줘야 할지 모르겠다. 그냥 권혁의 머리를 꾹꾹 누르며 헝클어뜨리기만 했다. “야, 그만 울어. 왜 니가 우냐고.” “진짜 이솔차안... 너 이솔찬 아니지!” 벌써 걸린 건가. 머리에서 손을 떼자 품안에 달려든다. “이솔찬이 이렇게 멋있을 리가 없잖아! 왜 하필 머리를 다친 거야. 귀엽고 말...
얼마나 맞았는지 모르겠다. 피비린내가 코를 스치고 지나간다. 아니. 내 코에서 나는 건가. 어른들이 자주하는 말은 들어야했다. 보증은 안 된다. ‘진짜 내일 꼭 갚을게. 내일 돈 들어올 때가 있거든. 진짜 대웅아. 내가 너 좋아하는 거 알지? 진짜 고맙다 야.’ 인간이란 원래 망각의 동물이고 정에 약하다. 대웅은 인간이다. 돈도 대신 갚아서 열 받는데 ...
새해가 밝았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해니까 오늘은 내가 좋아하는 와인에 대해서 말하려고 한다. 품종은 다음으로 미룬다. 왜냐 드디어 내 입맛에 맞는 와인을 찾았기 때문이다. 그냥 빨리 자랑하고 싶었다. 기대도 안 한 곳에서 찾았기 때문이다. 방에 숨겨두고 몰래 혼자 마신 와인이다. 바로 이전에 벨꼴레 모스카토 다스티와 같이 산 와인이 있다고 했었다...
더는 편의점으로 들어가지 않는다. 그 돈으로 큰 마트를 털어 좋은 걸 먹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아버렸다. 강의를 들으며 조금 불편했던 걸 굳이 여기 적는다면 마치 ‘이건 유명하니까 한 번은 드셔보셨죠?’ 혹은 ‘아시죠?’ 라는 느낌의 질문을 한다는 것이다. 입문자와 초보자는 다르다는 건가. 나만 고양이가 없고, 와인을 마신 적이 없는 건가. 아무튼 그때 나왔...
카베르네 소비뇽. 아주 막강한 친구다. 타닌, 그러니까 떫은 정도가 최강이라고 생각해도 되는 품종이다. 개인적으로 아직 제대로 된 와인을 마셔보지 못해서 좋다, 나쁘다 말을 못하겠다. 이 품종으로 만든 와인이 우리 집에도 있었다. 2년 정도 그냥 부엌 한 구석에 세워놨었다. 분명 처음에 마셨을 때 맛이 없어서 내버려둔 것이다. 최근에서야 뱅쇼로 만들까 하는...
사실 와인이 싼 술은 아니다. 기본으로 1만 원대이고 어떤 건 기본이 5만원인 되는 것도 있다. 그러다보니 취향을 알아내고 싶어도 자주 먹을 수 없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난 비상금으로 모아둔 돈을 쓰기로 했다. 보통은 이런 상황에서 한 달에 한 번 혹은 두 번만 마셔야겠다고 생각하겠지. 난 이상한 녀석이라 그런 생각보다 비상금이 먼저 떠올랐다. 언제나 열...
그날부터 와인 다이어리를 만들었다. 와인의 이름, 원산지, 빈티지, 가격, 도수, 구매처, 날짜, 맛과 느낀 점까지 다 적었다. 다음날 집에 가만히 있던 나는 홀린 듯 옷을 갈아입고 다시 홈플러스를 찾았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스위트 와인 앞에 섰다. 차마 레드 와인으로는 발걸음이 움직이지 않았다. 분명 강의에서는 레드 와인이 달아서 초보자는 레드에서 화이...
클래스 101 강의를 듣던 중 듣기만 하면 안 되겠다 싶어 열심히 정리를 시작했다. 와인에 빠져서 샀던 책을 꺼내들고 조금 더 세세하게 혹은 궁금증을 풀기 위해 첨가해봤다. 첫수업은 와인 잔을 잡는 법 등의 기본이 나왔다. 하지만 그 수업 안에 나오는 품종이라던가 하나도 못 알아들으니 수업이 재미가 없었다. 난 완벽한 와인 초보자이기 때문이다. 이러나 저러...
용왕이니 뭐니, 헛소리를 들었더니 일찍 눈을 떴다. 빛이 잘 드는 방이라 늦잠 자는 건 힘들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억지로 눈을 감아본다. 그래도 완벽한 어둠은 아니다. 그냥 빨리 일어나 뭐 하고 놀지 정하는 게 더 이득이다. 이불을 박차고 일어났다. 기지개를 쭉 켜고 나니 옆에서 앓는 소리가 들린다. 물의 아이가 배를 잡고 웅크리고 누워있다. 언제부터 그랬...
“찾을 물건이 뭐야?” “책이에요. 법이 적힌 건데 그렇게 많이 두꺼운 책은 아니에요.” 집 근처에 도착한 우리는 밥집부터 시작해서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혹시 기억을 못 할까 봐 걱정했지만, 거침없이 길을 찾는다. 이미 해가 지고 난 후라 제대로 보이는 게 없었다. 휴대전화 플래시를 켜고 찾아봐도 한계가 있었다. “너 숙소는 어디야?” “숙소요?” 또다....
다시 잘 해볼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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